1. 출산과 동시에 실직하다.
2021년10월 어느날. 내 목숨보다 소중한 딸이 태어났다. 그리고 이어서 실직을 당했다. 권고사직. 괜찮다. 나에겐 든든한(?) 아파트가 있으니까. 권고받은지 3일만에 뒤도 안돌아보고 퇴사했다.
출산과 실직은 내 인생과 투자에 대한 생각에 변화를 가져온다. 실직하면 그동안 상품가입 좀 해달라고 웃어주던 은행에서 제일 먼저 전화가 온다. 마이너스통장 상환하라고. 갱신 안 된다고. 나의 실직을 모르는 거래처의 전화가 이어지다가 뚝 끊어진다.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 전환된다 안내가 오고. 국민연금 내라고 안내가 오고. 친구보다 워크넷에서 메시지, 이메일을 더 많이 보내준다.
실업급여로 생활하기 빠듯하니, 매달 몇십만원씩 내면서 강의를 들을 수도 없고, 지방임장은 기차비, 숙박비가 아까워서 못 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서울지하철2호선을 따라 임장하는 것이었다.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는건 어떤걸까? 출근시간에 혼자 나가서 전철2호선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혼자 임장하는 것이 이렇게 외로운 건지 몰랐다.
2. 실망스러운 부동산 학원의 강의와 시스템
여담이지만 서울 지하철2호선 한 바퀴 걸어본 경험이 추후 서울을 이해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지켜보던 아내는 정 안되면 본인이 돈 벌어도 되는거니까 기죽지말고 그렇게 좋아하는 지방임장도 가고 강의도 들으라고 했다.
마음을 다 잡으려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기초강의를 재수강하게 된다. 강의 시작 며칠 전 운영진 단톡방에 초대가 되었다.내가 부반장이란다. 강의 신청할 때 운영진 신청여부를 체크하는 칸이 있는데 내가 그걸 체크한 모양이다.
막상 강의가 시작되고 이질감이 들었다. 예전에는 수강생이 오프라인 100명이었는데,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 되자 수강생이 1,000명을 훌쩍 넘었다. 정확히 몇명인지 기억도 안난다. 오픈채팅방에 모두 초대하여 2개 방을 운영했으니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운영진에서는 공지사항 예쁘게 만들어서 배포하거나 작은 이벤트들을 준비했다. 사실 내가 느낀 운영진의 가장 큰 업무(?)는 오픈채팅방에 올라오는 컴플레인 처리였다. 이제 처음 시작한 신입회원 중에는 컴플레인이 빠르게 처리되지 않으면 매너없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당시 신규회원가입 후 스팸문자가 늘었다는 컴플레인이 많았는데 23년도 어느 날 온라인 수강사이트의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있었다는 사과메일이 띡 와있었다. 정말 띡. 마일리지고 뭐고 그 사이트 탈퇴했다.)
접수된 건은 반장이 취합해서 멘틀과 정직원에게 보고(?) 후 결재(?)받은 내용으로 답변을 해주었다. 운영진을 하면서 멘틀과 소통하지 않았느냐고? 좋은 기회라고?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나중에 50만원 투자코칭비 지불하니 전화로 들려주긴하더라. 근데 내가 왜 똑같이 몇십만원 강의료 그대로 내고 수강하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지? 아무 혜택도 소통도 없는 단순 노가다인데? 과거에는 소수정예로 멤버십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철저히 사업이고, 그냥 여는 토익학원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후로는 그 카페 강의를 듣지 않았다.다만, 명예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영상만 돌렸다.
(얼마 전 검색해보니, 그때 운영진 같이 했던 사람들은 그 까페활동 안한다.)
3. 자아실현반의 시작
이전에 봄학원, 여름학원 수강 시절 때도 비슷한걸 느꼈다. 다만 동료들끼리 너무 끈끈하고 몰입 중이라 눈치채지 못했을 뿐. 이 학원은 10명씩 일반반12개, 우수반1개로 총130명 소수로 운영되었다. 각 반에는 상급터틀이 배정되어 수강생을 가르친다. 지방경제활성화반과 실제전투반을 합쳐서 3달간 갈아넣는 과정이다. 과제가 주어지고 성적표도 있었다. 부동산방문 몇점, 매물본것 몇점, 보고서(최소100장) 몇점, 독서후기 몇점 등등..그 중에 특별한 과제는 터틀 또는 선배가 되는 것이다. 우수반 10여명은 실제전투반 터틀로 배정되었다. 일반반 반장 10여명은 지방경제활성화반 터틀로 배정되었다. 나와 같은 일반 원생들은 기초반의 선배와의 만남과 중간반의 독서모임 터틀로 배정되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회원들은 그 터틀이 엄청난 고수인듯 착각하여 귀를 쫑긋이며 경청한다. 그저 과제일뿐인데...(그때 저 멋지다해주신 당시 신입회원님 감사합니다.부끄럽습니다.) 터틀 1명당 10명의 수강생을 맡게 된다. 이집트에 있는것과 많이 닮아있다.
이게 수강생은 유료인데 터틀은 무료다. 투자를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의대3학년이 수술집도하면서 배운다고? 근데 수술받는 사람은 유료인데, 수술하는 의대생은 무료라고? 재밌네. 운영진은 내가 지원한 것이니 그렇다치자. 그런데 과제로 누굴 가르치는 건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무료=아무 책임없음) 나는 유료강의 듣는걸 좋아한다. 오프라인만. 그만큼 서로에게 책임이 있는거니까. 그리고 오해마시라. 함께 했던 동료들은 너무 좋고 함께 몰입하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하다. (방향만 올바랐다면 더 좋았을텐데..)
암튼 그 까페 강의 수강을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가보고 싶은지역을 가기 위해서 자아실현반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혹시 집에 '세이노의 가르침' 책이 있거든 280Page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끝.